노르웨이의 피오르를 닮은 듯 섬들 사이로 보이는 바다가 호수 같다. 캐나다는 어딜 가나 호수들이 많기에 오히려 호수를 닮은 바다가 새삼 더 이색적으로 보인다.
이 호수 같은 바다는 저기 목적지인 Paradise Valley Campground를 가고 오는 길에 볼 수 있다.
우리는 주로 주정부에서 운영하는 퍼블릭 캠프 그라운드를 많이 가는 편인데, 여기는 사설 캠프 사이트다.
원래는 지난 여름휴가 기간에 갈 계획으로 예약되어 있던 사이트였는데, 그 기간에 와이프가 좀 아파서 이곳은 갑작스레 취소하게 되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캠핑장 측에서 가까운 다른 빈 일정으로 변경해 주었다.(휴가철이라 퍼블릭, 사설 다 예약하기 어려워요~)
최근에 간 캠프 사이트들이 다 전기 공급이 안 되는 곳이 많았기에 이 날도 파워스테이션이며 두꺼운 옷들까지 제법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섰다.
도착한 캠프 그라운드의 등록 오피스는 캠핑장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파는 스토어 내에 위치하고 있었고, 우리를 맞아 주신 연배 지긋하신 스태프분들이 너무 친절하고 표정이 밝으시다. 또한 오랜만에 반가운 장작불 땔감을 마주할 수 있어서 정말 반가웠다. 원래 여름에는 건조해서 산불 Alert가 많이 발생하므로 장작불을 떼기 어렵긴 한데, 최근 미국과 캐나다 서부에 산불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서 더더욱 장작불 떼기가 쉽지 않았다. 아이들은 오래간만에 마시멜로를 구워 쿠키 사이에 넣어 먹자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이 건물 왼쪽으로 Washroom(캐나다에서는 화장실을 이렇게 불러요. 손을 잘 씻으라고 그러나~) 건물이 함께 있는데, 와이프와 꼬마들 모두 그동안 가 본 캠핑 사이트 화장실 중 최고라며 엄지 척한다.
금요일 퇴근 후 도착했기에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텐트부터 설치했다.
매번 텐트와 타프를 치면서 자갈이 깔린 사이트에 팩을 박느라 시간이 꽤나 걸렸는데, 요번에는 새로운 아이템 신공을 펼쳐 보였다. 특히나 아이들이랑 타프를 칠 때 팩을 금방 박을 수 있으니, 아주 요긴하다. 하지만 이것도 약간의 문제가 있긴 했다. 집에서 쓰던 충전식 드릴을 가져갔는데 힘이 달린다. 땅에 자갈이 깔려 있어서 그런지 2/3쯤 들어가면 거기서 멈춰 버린다. 하지만 팩 자체가 꽤 크고 두꺼워서 그 정도 깊이도 스트링을 묶어 지지하는 용도로는 충분했다. 밤에 밝진 않지만 야광으로 빛나서 그것도 좋고 이 정도면 만족.
오랜만에 불멍 좀 때리면서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한다.
캐나다 캠핑 사이트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캠핑장 주변에 조명이 거의 없고, 대부분 10시~11시 이후에는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여 조용히들 잠자리에 들기 때문에 정말 고요하고 적막하다. 나는 이게 좋지만 단점도 하나 있다. 화장실이 캠프 사이트 가까이 있으면 문제가 없는데, 이번처럼 좀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 밤에 아이들과 와이프님 따라다니느라 밤잠을 설친다. 곰 같은 야생 동물들이 많아서 ㅠ.ㅠ 그래도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 피곤하진 않다.
다음날, 아이들은 자전거를 렌트해서 종일 주변을 돌아다니고, 나와 와이프는 주변을 산책하며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캐나다에서 우리 가족이 함께 하는 몇 안 되는 여가활동 중 하나가 캠핑이나 Cabin에서 자연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제 곧 큰 아이가 대학을 진학하면서 독립하게 되면, 이 시간들이 더 소중해질 듯하다.
한국에서도 우리 부부는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 제법 캠핑을 다니곤 했었다. 서울에 살았던지라 주로 서울 근교에 위치한 캠핑장들을 자주 찾아가긴 했었는데, 나중에는 가평 근처에 있는 한 캠핑장 사장님이 텐트 들고 다니지 말고 여름에는 계속 쳐 놓으라고 하셔서 한동안 쳐놓고 주말에 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땐 아파트에 살았던지라, 매번 차에 짐 싫고 내리는 게 큰 일이기도 했고, 점점 더 차에 짐 싫을 공간이 충분하지 않았었다. 그래도 주말에 캠핑 가는 게 꽤나 기다려지는 일이었는데, 아이들이 태어나고 일도 더 바빠지면서 점점 더 가기 어려워졌었다.
그 캠핑의 좋은 기억들을 갖고 여기 와서 보니 대자연의 나라답게 정부에서 운영하는 캠핑 사이트들이 꽤나 많이 보였다. 하지만, 여기도 사람들이 선호하는 곳은 역시나 예약이 치열하다.
와이프와 차 한잔 하며 쉬고 있는데, 큰 아이의 시선이 한 곳에 머무르더니 손을 가리킨다. 숲 속 나뭇잎들 사이에서 서서히 눈이 적응되면서 무엇인가 물체가 보이기 시작한다. 올빼미(Owl)였다. 어릴 적 어디선가 봤던 것 같긴 한데, 이렇게 가까이서 자세히 보는 건 처음이다. 녀석이 날갯짓을 할 때는 정말 커 보인다.
2박 3일 좋은 시간 잘 보내고 왔다. 최근 갔던 여러 캠프 그라운드들 중에 포근한 느낌이 드는 캠프 사이트였다. 사설이어서 그런지 관리가 잘 되어 있어 보였고, 자전거도 빌려 탈 수 있어서 아이들이 더 좋아할 만한 캠프 사이트이다. 주변에 강도 있어서 여름철에 더 좋을 것 같고, 낚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매력적인 장소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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