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그리고 이야기

[캐나다 일상] 오로라(Aurora) 사냥에 낚인 밤

snowbirds 2024. 9. 18. 09:39

여러분은 살면서 오로라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오로라를 미디어를 통해서만 봐 왔던 저는 캐나다에 살면서 막연히 오로라를 한번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갖고 살아간답니다.
 
벌써 여러 차례 오로라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뉴스와 스마트폰 앱의 노티스를 받았던 적이 있었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어요.
매번 번번이 실패했었기에 어젯밤에도 스마트폰에 뜬 푸시 알람을 애써 무시하고 있었습니다.

스마트폰 Aurora 앱에 뜬 오로라 실시간 위치(빨간 색일수록 더 출현 가능성이 높아요.)

 
그런데, 밤이 늦어 가고 있던 시각, 와이프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페북에 근처에서 오로라가 목격되었다고 올라왔다는 겁니다. 설마 설마 하면서 부리나케 차 키를 챙겨 차고로 향하는 와이프와 아이들 틈에 끼어서 차에 올라탔습니다. 조금이라도 잘 보이는 곳으로 빨리 이동했어야 했거든요.
 
우리 가족의 머릿속에는 이미 초록빛과 붉은빛이 춤을 추는 밤하늘의 이미지가 가득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Screen capture from the Aurora app

 
조금 더 어둡고 조금 더 높은 곳으로 열심히 달려가서는 북쪽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보이는 것은 대보름 밝은 달과 반짝거리는 별들 뿐이었습니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기대한 나의 오로라 사냥은 오늘도 결국 허탕을 친 겁니다.
 
매번 어쩌다 한번 오로라 사냥에 성공했다고 SNS에 올리는 분들 때문에 매번 헛된 희망만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 이럴 바에는 옐로나이프를 한번 가면 되지 왜 그러시나 싶으시겠지만, 그 오로라 성지라는 캐나다 옐로 나이프에서도 모든 조건이 맞아야만 얼굴을 내미는 녀석이기에 일정을 맞춰 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잠깐 오로라 현상에 대해서 언급하자면, 주로 노르웨이, 핀란드, 알래스카, 캐나다 북부 등과 같이 북극권에서 잘 관찰되고, 강력한 태양풍이 지구 대기권의 자기장과 부딪히면서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면 캐나다 남쪽에 사는 저는 왜 헛된 희망을 품고 사는 걸까요? 그게 또 살다 보면 태양 흑점 폭발 등으로 가끔 매우 강력한 태양풍이 발생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캐나다 남쪽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관찰이 된다고 합니다. 바로 이것 때문에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겁니다. ㅠ.ㅠ
 

캐나다 서부의 오로라 출현 가능성

 
살면서 꼭 보고 싶은, 어쩌다 같은 버킷 리스트를 갖게 된 우리 가족입니다.
 
그렇게 집으로 발걸음을 돌려 다들 포기하고 자려는데,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스마트폰의 앱에서는 더 자주 가능성이 높다며 알림을 주고 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야드에 나가서 열심히 카메라 나이트 모드를 켜 놓고 찍어 봅니다.
 
이것은 오로라 손자라도 되는 걸까요? 와이프님 왈 "아니, 그냥 구름이야!" ㅠ.ㅠ

카메라 나이트 모드로 어둠 속에서 찍어 본 가짜 오로라


결국 포기하고 아쉬운 마음을 추석 대보름달로 대신해 봅니다. 카메라 줌~~~ 인!!!

지붕에 걸린 추석 보름달

 

캐나다에서 추석 보름달 줌인

 
다음에는 꼭 볼 수 있겠죠?
철없는 우리 부부의 이런 동심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이 되어 주길...